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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생활 in egypt

고수씨앗에서 파슬리가 피어난 이야기

by 오늘도 긍정 2025. 2. 20.

안녕하세요. 오마르 맘입니다.
오늘 날씨는 흐림이네요. 이집트는 겨울에 구름이 많이 끼고 가끔 비가 내려요. 작년에는 2번 왔다고 하니 이제는 비 내리는 날이 그립기도 합니다.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나는 따뜻한 방 안에서 그것을 바라보는, 그런 아늑한 느낌.. 가끔은 그리울 것도 같아요.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서인지 늘 전원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었습니다. 여기 이집트로 와보니 타운하우스에 작은 뒷마당이 있었어요. 이집트는 모든 땅이 사막 같은 모래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제법 단단한 흙이더라고요. 마음이 반짝반짝 설레기 시작했어요.

"이것저것 잔뜩 심어서 요리할 때 써먹어야지" 라 생각하며 먹은 과일의 씨앗을 모아 심기 시작했습니다. 망고, 오렌지, 레몬, 구아바, 복숭아 등 먹는 족족 씨앗을 심었어요. 아무런 지식이 없는 저는 그저 물을 주며 싹이 나기만을 고대하는 일상이 시작되었어요. 한 달쯤 지났을까 싹이 나기 시작했어요. 남편은 아들보다 식물을 더 아낀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할 정도로 정성을 듬뿍 주었습니다. 그런 제 모습이 기특해 보였는지 어느 날 남편이 시장에서 "고수"와 "무" 씨앗을 사 왔습니다. 고수는 제가 워낙 좋아하는 야채라 부푼 기대를 안고 저녁 내내 땅을 파고 씨앗을 심었습니다.

한 달쯤 지나 싹이 나왔어요. 씨앗에서 무언가 자라 나온다는 게 어찌나 신기하던지, 고수를 매일 먹을 생각에 더욱 열심히 물을 주었죠. 그런데 싹이 난 고수잎은 어딘가 제가 아는 고수와 달랐어요. 맛도 고수가 아닌 것이 "아직 어린잎이라 그런가?"라고 생각했죠. 자랄수록 고수에서는 파슬리 맛이 났어요. 같이 심은 무 역시 이상한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이집트 무는 다르구나"라고 생각하며 가끔 뜯어서 먹곤 했어요. 아들에게도 먹여주며 뿌듯함을 느낄 즈음, 사진을 찍어 인테넛에 검색을 해보니 알 수 없는 이상한 잡초이름이 나왔어요. 그동안 저는 잡초를 열심히 뜯어서 먹고 있던 것이었죠.


무인줄 알았던 잡초


고수는 파슬리 무는 잡초!

먹고 배탈이 안 난 게 얼마나 감사하던지.. 역시 사람은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또 하나의 문제는 제 마당에서 자라나는 여러 가지 새싹들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물을 줄 때 씨앗이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해서 여기저기 엉뚱한 곳에서 싹이 나왔어요. 이름표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또 한 가지 배웠습니다.


고수인줄 알았던 파슬리

그래도 파슬리는 달걀말이나 스파게티 할 때 유용하게 쓰고는 있지만 문제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땅이 문제인지, 날씨가 추워서인지 이것도 잘 모르는 초보 식집사입니다.



기대 안 하고 심었던 시금치에서 이렇게 싹이 자랐어요. 잔뿌리도 없었는데 요렇게 이쁘게 자라주는 기특한 아이입니다.

제일 잘 자라는 아보카도!
처음 씨앗을 갈라 물에 담가두면 뿌리가 나오는데, 이 시간이 꽤 오래 걸렸지만 하루하루 무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요즘 아보카도 재배로 인해 너무 많은 물이 쓰인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지만 한 개 정도는 괜찮겠죠?

여기까지 이집트는 사기꿈의 나라인가 의심할뻔했던 이집트생활기였습니다. 여러분도 좋아하시는 일 하며 행복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