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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생활 in egypt

피자헛과 뚱냥이

by 오늘도 긍정 2025. 2. 17.

 

이집트로 이사 온 후 이집트 음식을 많이 먹을 거라 생각했는데 자꾸만 한국에서 자주 먹었던 음식을 찾게 되네요. 마음 같아선 떡볶이가 간절하지만 아쉽게도 제가 사는 곳에서 한국음식점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인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아들이 두 번째로 좋아하는 피자를 먹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뉴카이로 근처의 새로운 컴파운드 단지이기 때문에 피자배달이 불가하여 오래간만에 다운타운에 다녀왔어요. 학생들이 많아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집트는 일요일에 학교를 가요. 금, 토가 휴일이고 일요일부터 한 주가 시작되거든요.

햇살이 너무 좋아 야외에 자리를 잡았아요.

피자먹는아들

 

기다리는 동안 뚱냥이 고양이가 놀러 왔어요.

길고양이


이집트에는 파리와 모기 그리고 고양이가 정말 많아요. 고대 이집트인들은 고양이를 바스테트(Bastet) 여신의 상징으로 여겼데요. 바스테트는 가정과 풍요, 보호의 신으로, 흔히 고양이 머리를 한 여인의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고양이는 그녀의 화신으로 여겨져 가정을 악령과 질병으로부터 지켜준다고 믿고 있어서 이집트에서 고양이를 해치는 것은 큰 범죄고, 심지어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었다고 해요.


바스테트여신
바스

 

그런데 요놈은 한쪽눈이 불편해 보였어요. 누가 괴롭혔나?라는 생각과 함께 왠지 짠한 마음에 몇 마디 말을 건네보았죠. 제가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피자를 기대하는 걸까요? 아예 누워버렸네요.

 

길에누은 길고양이

 

드디어 오늘의 메뉴 "3단 피자세트"가 나왔어요.

3단피자세트

 

페페로니 머시룸과 치킨콤비네이션 피자에 제일 아래칸에는 감자튀김, 마늘빵, 아랍스타일의 쿠키가 들어있어요. 도우는 크리스피(씬)와 팬 중에서 고를 수 있는데 저는 팬피자로 밀가루 충전을 해주었어요. 이집트는 치즈가 참 맛있어서 똑같은 피자헛 피자라도 더 깊은 맛이 나는 것 같아요.

마늘빵과 감자튀김 디저트

 

피자를 열어보고 무언가 허전했는데 지금 보니 박스에 그냥 담아주었네요. 이집트 물건은 패킹이 2% 부족한 경우가 종종 있어요. 물건을 사서 집에 와보면 포장지가 찢어져있다거나 우유가 상해있어서 다 버린 적도 있어요. 한국이었으면 당장 마트로 가서 컴플레인을 제기했을 텐데 여기서는 멀어서 가기 귀찮고, 간다 한들 언어도 안되고... 그냥 저도 같이 둥글둥글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집트 생활의 가장 좋은 점은 여유가 생겼다는 거예요. 한국사람들은 부지런하고 똑똑하고 효율적으로 일처리를 많이 하지만 여기 이집트 사람들은 느긋하고 여유가 많아요. 그래서 무슨 일이든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 부분을 받아들이고 나면 스트레스가 거의 없는 삶을 살 수 있답니다. 좋은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