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날씨가 춥다더니 이집트도 요 며칠 날씨가 쌀쌀합니다. 아침부터 몸이 으슬으슬 추운 게 꼭 몸살이 올 것 같은 그런 날이라, 이불속에서 스르르르 잠이 들었어요. 한국의 혹독한 겨울을 반백년이나 겪어왔는데, 이런 사막의 겨울날씨에 몸이 움추러드니 왠지 어이가 없어 혼자 웃게 되는 날입니다. 이런 날은 "이불 밖은 위험해"를 외치고 싶지만 밥 하기가 귀찮아 외식을 하기로 했습니다.

평소 5분, 10분이면 도착하는 택시가 오늘은 20분이나 걸려 도착했습니다. 택시가 문 앞까지 들어오게 하려면 정문 보안센터에 전화를 해서 알려줘야 하고 택시 운전사는 신분증을 맡겨야만 출입이 허락되는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합니다. 이집트 대부분의 지역이 안전하지만 유난히 컴파운드가 보안을 철저하게 하는 것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폭탄테러 같은 것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유명한 IS 세력들이 문제를 일으켰었지만 지금의 군사정부가 들어서고부터는 안전하다고 합니다.

오늘 다녀온 곳은 sky plaza mall이라는 곳입니다. 이집트는 인구가 많아 어딜 가든 사람들이 북적거리는데 이곳은 너무나도 썰렁해서 이상했어요.

가게에 들어서니 아무도 없었고 장사를 하는지 의문이 들정도로 의자와 테이블이 어지럽게 정리가 안되어 있었어요. 다시 한번 쎄한 느낌! 다행히 주문한 버거는 신선하고 맛이 있었지만 카드결제가 안된답니다. 여름에 먹었던 텍사스 버거가 무척 맛이 있었던 모양인지 아들은 꼭 이 집 버거를 먹겠다고 이야기했고 특별한 차선책이 없었기에 썰렁한 가게에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커피를 마시면 잠을 잘 못 자겠지만 문틈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 때문에 따뜻한 커피가 간절했습니다. 가게잠원에게 물어보니 음료는 옆집에서 주문해야 한다며 옆집 메뉴판을 가져다주었어요. 따뜻한 라테 한잔과 밀크셰이크를 주문했습니다.
조그만 종이컵에 커피가 나오고 계산서를 받아보니 어이없는 청구금액이 눈에 띄었어요.

서비스비용과 텍스가 따로 청구가 되어있었어요. 게다가 현금으로 계산 시 190 파운드로 계산해서 잔돈을 거슬러 주었어요. 도대체 무얼 했다고 서비스 비용을 청구하는 건지 어이가 없었지만 저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날도 춥고 가게도 춥고 커피도 어이없이 적은 양에 속에서 화가 올라왔지만 어쩌겠습니까 이곳을 고른 제 선택을 탓할 수밖에요.
속으로 생각했죠 "아 이래서 이 쇼핑몰엔 사람이 없는 거였구나!" 큰돈은 아니지만 다른 곳에서 겪어보지 못한 일에 맞닥뜨리니 제 자신이 바보가 된 것 같았어요.
돌아오는 택시기사는 75파운드인 줄 알았는데 48파운드가 나왔다며 불평을 했지만 저는 앱에 나온 금액대로 요금을 지불하고 10파운드를 팁으로 주었어요.
오늘은 저의 날이 아닌 듯, 아침부터 저녁까지 삐걱거리기만 합니다. 역시나 아까 마신 커피 때문에 잠도 안 오네요.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는 더 큰일들이 빵빵 터졌었는데 이 정도면 아무것도 아닌데... 제가 너무 쪼잔한 것 같습니다. 가만히 저를 들여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아랍어를 배워야겠구나 영어만 가지고는 하고 싶은 말 하나도 못하고 살겠구나"
사람들은 친절한 듯 하지만 상대가 어리숙해 보일 때는 은근슬적 속이려고 하는 것이 세계 공통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글도 유난히 안써지고 오타도 많이 나고 몸도 별로고 카페에서 눈탱이 맞은것 같은 기분이지만 이젠 자정이 넘어 새날이 되었습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 확실하기에 힘을 내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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