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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생활 in egypt

참새 방앗간 같은 편의점 Konvin!

by 오늘도 긍정 2025. 3. 2.

제가 사는 컴파운드 안에는 조그만 편의점이 하나 있어요. 참새 방앗간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아지트 같은 곳입니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라면을 먹고 아저씨들은 커피와 담배를 즐기고,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청소년들은 열명 남짓한 그룹으로 웃음꽃을 피우는 장소! 여기 컴파운드에서 가장 활력을 띄는 장소입니다.


편의점 컨빈

 

집돌이인 아들이 자연스럽게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해서 오늘도 저녁을 먹고 산책 겸 다녀왔는데, 라마단 첫날이라 그런지 오늘은 아이들이 별로 없었어요.

어제는 무슨 축제라도 하는 것처럼 전통 의상을 입은 아이들도 눈에 띄고 폭죽 같은 것도 터트리며 온통 흥분된 분위기였기에 아들도 내심 기대를 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너무 조용해서 어제저녁 일찍 집에 온 것이 후회스러웠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더 놀게 두는 건데.. "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오늘은 먹고 싶은 거 다 사줘야겠어요.
전통의상을 입은 아이들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좋아라 하며 포즈를 취해주었습니다.


전통의상을 입은 아이들


사실 이집트로 이사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아들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집트 아빠와 한국인 엄마를 둔 아들은 한국에서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남자아이라 감정 표현을 잘 안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라고 말하는 아들에게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는 이집트가 조금은 더 편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들은 저를 많이 닮아서, 여기서도 낯선 동양인 취급을 받지만 그래도 아들은 이집트가 더 편하고 좋다고 합니다. 특히 한국인이라고 하면 엄청난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어요. 편의점의 핫한 자리에 불닭이 떡하니 전시되어 있는 걸 보면서 한국인인 게 좀 자랑스럽기까지 합니다. 20년 전 프랑스 파리에서 들었던 질문이 생각나네요.

"너 일본인이야?"
"아니"
"그럼 중국인이야?"
"아니"
"그럼 넌 어디서 왔어?"

지금은 한국이라고 하면 "나 그 나라 알아"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으니 한국이 핫하긴 한가 봅니다.

편의점의 불닭


조그만 라면이지만 가격은 이집트 라면보다 10배 이상 비싸기도 하고 너무 매워서 제가 자주 사주지는 않지만 오늘은 선심을 쓰기로 했으니 기분 좋게 사줬야겠죠?


라면먹는 아들

ㅎㅎ 라면이 작아서 아들의 머리가 엄청 크게 보입니다. 남은 국물까지 싹싹 먹는 걸 보니 한국의 매운맛이 그리웠던 모양인데 저는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요.

"엄청 매울 텐데 너 괜찮겠어?"
"응 그렇게 안 매워"

라고 하더니 집에 오자마자 화장실로 후다다닥!

다시는 안 먹겠다고 손사래를 치는 걸 보면서 언제 이렇게 자랐나 싶어 웃음이 나오네요.

"그래 나는 너 불닭을 말릴 테니 너는 내가 커피 못 마시게 말려줘"

딜아닌 딜을 하고 오늘 하루를 마무리했어요.

저는 매운 것을 잘 못 먹기 때문에 감히 불닭시리즈는 먹을 엄두도 못 냈는데 불닭이 그렇게 매운 가요? 매운데도 맛있으니 세계로 뻗어나가는 거겠죠? 얼마나 맛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니 다음번엔 집에서 먹어봐야겠어요. 밖에서 배가 아프면 너무 위험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