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의 삶은 하루하루 별다른 일 없이 평온하게 지나갑니다. 한국에서 장사를 오래 하면서 많은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고,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이 살다 보니 마음속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평온하게 멍 때리고 싶다"를 간절하게 외쳤던 것 같아요. 2024년 7월 말 드디어 그 소원을 이루게 되었죠.
처음 본 이집트 사람들의 삶은 무척 평온해 보였어요. 집 앞 경비초소의 경비원도 차 한잔을 들이키며 여유롭게 일을 하는 모습이 인상 깊게 다가오기도 했지요.

햇빛 뜨거운 날, 저 박스 안에 앉아 뜨거운 홍차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안타까웠어요.
"얼마나 더울까?"
"하루종일 심심해서 어떻게 버티지?"
등등 제 기준에서 사람들을 평가하고 있었지 뭡니까? 그러나 다 나름의 생활방식이 있는 것이고, 내가 과연 누굴 안타깝게 여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제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아이들끼리 몰려다니며 놀던 1980년대의 골목들, 소독차를 따라다니던 장면, 눈 덮인 골목길에 연탄을 넣어 만들던 눈사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내가 그때 무엇을 공부했더라 같은 것은 일도 기억나지 않지만 마음껏 뛰어놀았던 장면은 하나하나 선명하기에 아들에게도 같은 경험을 시켜주고 싶었습니다.
이제 아들은 아이들 소리가 들려오면 먼저 찾아가서 옆에서 기웃거려요. 아이들이 말을 걸어주고 놀이에 끼워주면 신이 나지만 오늘처럼 옆에서 왔다 갔다만 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날에는 조금 안쓰럽기도 해요.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아들의 내면은 성장하고 더 단단해지리라 믿으며 오늘도 묵묵히 옆을 지켜줍니다.

이집트 아이들의 축구사랑은 엄청납니다. 꽤 잘하기도 해요. 남녀 할 것 없이 밤마다 어울려 축구를 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덩달아 신이 나지만 운동에는 그다지 소질이 없는 저는 그저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아졌어요.
오늘로써 라마단 5일째에 접어들었습니다. 컴파운드 안의 몇몇 집들은 특별한 장식을 했어요.

얼마 전 우리 집에 놀러 왔던 고양이 "나비"가 사는 집이기도 합니다. 일부러 이 집 앞을 지나가며 나비 이름을 애타게 불러보지만 그날 이후로 녀석의 얼굴을 볼 수는 없었어요. 다음번에 가족들과 마주치면 나비에 대해 물어보는 용기를 내야겠어요.
라마단의 첫날은 온 가족들이 집에서 식사를 하기 때문에 식당들도 문을 열지 않는데요. 첫날 식당을 찾았다 알게 된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라마단 기간 동안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고 가볍게 산책을 하는 등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보였어요. 놀이터에서 만난 가족들도 엄마 아빠 할머니 형제 자녀들끼리 깔깔 웃으며 그네를 타는 여유로운 모습들이었습니다.
"맞아 저렇게 살아야지" 작은 것에도 웃을 수 있는 것! 바로 제가 꿈꾸는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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