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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생활 in egypt

이집트는 벌써 여름날씨!

by 마르엄마 2025.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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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까지만 해도 선선했던 날씨가 오늘 갑자기 여름 날씨가 되어 버렸어요. 한국처럼 봄이 사라진 건지, 원래 날씨가 이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아들과 저는 반팔을 꺼내 입었습니다.

유난히 컴파운드 집들이 시끌벅적한 게 특별한 날이라도 되는 것 같아요. 평소보다 불을 밝힌 집들이 많았고 시끄러운 음악 소리도 흘러나왔습니다. 어떤 집에서는 폭죽을 터트렸는데, 아파트가 아닌 집들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랄까? 이집트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 못지않게 흥이 많은 민족이라 생각하며, 커피와 디저트를 먹기 위해 카페로 향했습니다.


카페 입구에 라마단 장식이 새로 생겼네요. 조명을 이용한 장식들이라 그런지 제게는 크리스마스가 떠올라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라마다 기간이라 카페에서는 음악 대신 이집트 드라마를 틀어주었어요. 남편의 말에 의하면 라마단 한 달 동안에만 무려 100개 정도의 드라마들이 방영된다고 해요. 낮시간동안 일을 하지 않거나, 직장인이나 학생들도 일찍 집에 오기 때문에 여유롭게 시간을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 주문한 디저트는 쿠나파 로터스(Kunafa Lotus)라고 하는데요, 실처럼 가늘게 뽑은 카다이프(Kataifi) 반죽을 버터와 섞어 오븐에 구워내기 때문에 바삭하고 고소한 것이 특징입니다. 안에는 달짝지근한 시럽에 젖은 로터스 비스코푸가 들어있고 위에는 생크림 토핑이 올려져 있어서 꽤나 맛이 있었어요. 220 파운드(한화 6500원) 정도라 크기가 클 줄 알았는데 너무 아담한 사이즈가 나와 5분 만에 끝내버렸습니다. 이집트 물가로 생각하면 사실 비싼 가격임이 분명하지만 너무 맛있어서 조만간 또 먹을 것 같아요.

아들이 주문한 Sobia(코코넛 밀크)와 제가 주문한 따뜻한 카페라테입니다. 코코넛밀크는 한국보다 많이 달아서 초등학생 아들이 좋아하는 맛이었고 카페라테는 뭐랄까 커피가 살짝 들어간 우유라고 해야 할까, 커피왕국에서 온 저에게는 조금 아쉬운 맛이었습니다. 이집트 전통커피는 커피에 여러 가지 향신료를 넣어서 로스팅을 하기 때문에 독특한 향이 나요. 때론 커피향보다 향신료가 강해서 아직까지 커피는 제게 도전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참새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기에 컨빈으로 이동!
날씨 덕분인지 많은 아이들이 모여있었는데 가만히 보니 한국의 딱지 비슷한 놀이를 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나: "나도 어릴 때 이런 게임했었는데.."
아이: "이거 딱지라는 한국게임이야"
나: "엥? 나 한국인이야. 그런데 이거 어떻게 알았어?"
아이: "나 공기도 있어"
나: "너네 혹시 오징어 게임 보고 알게 된 거야?"

아이는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파란 딱지, 빨간딱지 각각 1개씩, 같은 사이즈인 걸 보니 어디서 구매한 모양입니다. 종이 한 장 가져다가 당장이라도 만들어주고 싶어 손이 근질거리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난 역시 한국 아줌마야!"

아이의 공기를 받고 땅바닥에 앉아 40년 전 어린 시절로 돌아갑니다. 여기저기서 몰려드는 아이들, 터지는 감탄, 제 실수에도 괜찮아를 말해주는 아이들.. 난생처음 인싸의 기분을 느껴봤습니다.

오늘 저녁은 연습장 뜯어 제대로 된 딱지들을 접어야겠어요. 진정한 딱지게임을 알려줄 생각에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