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밤에도 반팔을 입고 다니기 좋은 날이라 아들과 축구도 하고 과자도 먹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무언가 갑자기 툭 튀어나왔어요. 깜짝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쳐다보니 그동안 애타게 이름을 불러왔던 고양이 나비였습니다.
"나비"는 이웃집 고양이로, 한 달 전 저희 집에 처음으로 놀러 왔던 아이입니다. 이 아이를 계속 보길 바라는 소망을 담아 이름까지 붙여주었었는데, 며칠 전 낮에 만났을 때는 도망만 다니더니 오늘은 먼저 인사를 하네요.
처음 만났을 때는 뽀송한 느낌의 아기얼굴, 호기심 가득한 발걸음으로 콩콩 뛰어다니던 녀석이었습니다. 오늘은 마치 저희 집을 아는 것처럼 앞장서서 걸어가다가 집에 도착하여 문을 열어주니 자연스럽게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좀 달랐어요. 집을 탐색하는 것 대신 한 곳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 달 사이 이렇게나 어른스러워지다니 신기하기만 합니다.

덕분에 저는 나비의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아기냥이 아닌 것 같아요.

요 녀석 심지어 저를 따라다니며 제 다리에 몸을 스치기도 합니다. 이거 분명히 저를 좋아한다는 신호 맞죠?

나비는 아들이 만질 때 약간의 공격성을 보였지만 "안돼"라고 하면 멈추었고 저도 아들에게 방법을 알려주었어요.
"고양이는 안기는 걸 싫어하는 경우가 많데. 살살 목덜미를 만져줘~"
잘 알지도 못하고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더니 아들은 인터넷을 찾아 고양이에 대해 저에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공부가 필요 없다고 생각할만하네요. 질문만 하면 뚝딱 정답을 알려주는 인터넷이 있으니...

2층 계단에 앉아 거실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이름을 부르면 또 달려옵니다.

졸린 것인지 편안한 것인지 계단에 누워있길래 아들이 방석을 덮어주니 도망가지 않고 가만히 있네요. 눈을 감기도 하는 것이 편안한가 봐요~

인터넷의 고양이 사진을 보면서 늘 해보고 싶었던 고양이 옆모습 찍기! 드디어 저도 해봤습니다.

정말 이쁘네요.

아들이 얼굴을 가까이하자 나비가 아들의 얼굴을 살짝 할퀴었어요.
"안돼! 라! 라! 라! "
놀라서 안돼를 외치다가 이집트말로 해야 알아들을 것 같아 한국말과 이집트 말을 섞어가며 따끔하게 혼내주었습니다.

요렇게 아들의 손길도 즐기며 잘 놀았지만 어느덧 시간은 11시~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라 현관문을 열어주었더니 한참을 서있다 집을 나갔어요. 마치 가고 싶지 않지만 가야 하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나비였습니다.
"안녕~ 잘 가고 또 보자!"
저는 늘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얌전한 나비를 보니 고양이도 같이 살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 그 집에 찾아가서 달라고 해볼까?"
"그럴까? 그런데 고양이는 살다가 집 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집 나가도 잘 안 찾는데! 우리 집에 계속 놀러 오면 그냥 데리고 이사 갈까?"
"그건 안돼 정직하지 않아!"
그냥 한번 떠본 말에 아들은 정색을 했습니다. 그래 그렇게 바르게만 자라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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