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도 날씨가 추웠다고 들었는데 여기 이집트도 날씨가 선선해요. 이집트 사람이 그러는데 원래는 날씨가 더워야 한대요, 그러면서 요즘 날씨가 좀 이상하다고 말을 합니다. 하긴 전 세계가 날씨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요즘 이집트라고 비켜갈 수는 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덕분에 저는 낮에도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어 좋아요.
어제는 거리에서 소 두 마리를 보았어요. 그곳은 고속도로 옆에 '하이퍼원'이라는 대형마트가 있어 차들도 많고, 풀도 없는 공사장 같은 모습의 공터로 가축을 키울만한 장소가 아니어서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지나가며 사진을 찍으려 하니 한 마리는 도망을 가고 한 마리는 멀뚱이 저를 쳐다보았어요. 소들이 생각보다 크지 않고 많이 마른 데다 고삐도 없는 것이 어쩌면 야생 소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키우는 것인지, 야생소인지 궁금하긴 하지만 물어볼 수 없고 이렇듯 혼자 궁금해하며 생각하는 상황들이 반복되다 보니 이집트에서 눈치가 는 것 같아요^^
수박의 기원이 아프리카 대륙, 특히 수단과 이집트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에 수박과 비슷한 벽화가 발견되기도 했다고 해요. 무려 4000년 전에 이집트인들이 수박을 재배해서 먹었다고 합니다. 이집트는 사막이라 수박처럼 물이 많은 과일은 안 자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한국보다 먼저 수박을 먹고 있었네요. 고대 수박은 지금처럼 달지 않아 물저장고의 역할이 더 컸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박을 영어로 "Watermelon"이라고 한데요. 알고보니 천연 생수통이었네요~
이집트의 야채나 과일은 대부분 크기가 크지 않지만 수박은 예외입니다. 마트에서 중간 사이즈를 골라 무게를 재니 9kg 정도가 나왔어요. 가격은 150파운드, 한화로 4000원 정도입니다.
이집트에 와서 좋은 점 한 가지. 바로 아들이 좋아하는 수박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수입과일들은 이집트도 비싼 편이지만 현지에서 재배되는 과일이나 야채는 정말 저렴해서 좋은 것 같아요.
아들은 수박을 먹을 때 수박씨를 씹어먹는 경우가 많아요. 맛이 있데요. 그래서 찾아보니 이집트 사람들도 수박씨를 즐겨 먹는다고 해요. 소금물에 담가두었다 깨끗이 씻어 볶아 먹으면 고소하다고 해요. 지금까지 수박씨는 마당에 심기만 했는데 다음번에는 볶아서 간식으로 먹어봐야겠습니다.
이집트에 와서 저는 아들에게 되도록 일을 시키려고 노력합니다. 화단에 물도 주게 하고 3층 거실과 화장실 청소도 시키고, 마트에서 장을 보면 적당한 무게만큼 책임지고 들게 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한국에서는 편리한 생활로 인해 기회가 적었던 것 같아요.
처음 이집트에 와서 가장 놀란 점은 아들보다 어려 보이는 아이들이 일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는 "아동 인권이란 게 없단 말인가? 어떻게 아이들을 학대할 수 있지?"라고 생각했는데 남편이 말해주었어요.
아이들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해~ 하루 몇 시간 일하고 돈을 벌어 가족도 도울 수 있고 돈도 쓸 수 있기 때문이야. 여기 아이들은 성인이 되면 반드시 부모를 모셔야 한다고 생각해
이 이야기를 들으며 진지하게 일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어쩜 이런 문화 때문에 아직도 아이들을 많이 낳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제 아들을 보니 그냥 장난꾸러기에 온실 속 화초처럼 곱게 자란 것 같았어요. 아들이 해맑게 밝아서 좋지만, 이왕이면 집안일도 좀 할 줄 아는 멋진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수박처럼 빨갛지는 않지만 맛은 더 좋아요. 자연스러운 단맛의 수박을 아들은 참 좋아하지만 저는 사실 수박김치를 더 좋아합니다. 한국이었다면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졌을 텐데 여기선 귀한 한국음식이 될 수 있어요. 제대로 된 고춧가루는 아직 못 찾았지만 지난번 구매한 엄청 매운 고춧가루로도 한국맛이 납니다. 무엇이든 한국맛이 난다면 눈이 번쩍 떠져요. 저도 제가 이럴 줄 몰랐어요.
소금, 설탕, 고춧가루, 마늘, 파 만 넣고 만든 김치라 맛있어져라! 하고 말의 에너지라도 불어넣어 봅니다.
📌 이집트 생활 정보 요약
구매 장소: Hyper 1 / 10th of Ramadan
가격: EGP140 (한화 4000원)
제품 특징: 인위적인 맛이 아닌 자연스러운 단맛으로 아주 맛있습니다.
후기: 초록의 수박 껍질을 벗겨낸 후 김치나 피클을 담그면 부드럽고 맛이 있어요.
팁: 수박씨를 볶아 먹어도 맛있데요. 수박씨에는 식물성 단백질, 마그네슘, 철분 그리고 건강한 지방도 풍부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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