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4년 전, 2001년 생애 처음으로 프랑스로 여행을 갔었습니다. 친한 친구의 언니가 파리에서 유학을 하고 있어서 친구와 저는 두 달 동안 여유로운 관광을 했었는데 그 당시 매일 늦은 아침으로 크레페를 먹었었죠.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던 여행, 저렴한 가격으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기도 했고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치즈 크레페의 맛은 너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오늘 마트에서 장을 보고 주변을 돌아다니던 중 크레페 가게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평소 제가 이야기했던 크레페가 아들의 상상 속에서 나래를 펼쳤던 모양입니다. 어찌나 기대를 하는지 "크레페는 무슨 맛일까?" 반짝이는 눈으로 제게 물어봅니다. 제발 공부할 때 반짝이는 모습을 좀 보여줘! 공부에는 영 관심이 없는데 아들은 본인이 많이 안다고 생각해요. 그래~ 자신감이라도 가지려무나.
작은 컨테이너 부스 안에 5명 정도가 일을 하고 있었어요. 일하는 사람이 많은 걸 보니 그래도 평타는 하지 않을까 라는 믿음으로 메뉴를 추천받아 주문했습니다. 처음에는 기도 끝나고 다시 오라더니 그냥 만들어 주겠답니다. 30분 같이 느껴지는 10분이 지나 드디어 음식이 나왔어요.
어디에서 왔어?
아나 민 코리아
أنا من كوريا
아나 코리
أنا كوري
통과의례 같이 반복되는 질문들을 주고받은 후 아들은 크레페를 가지고 테이블로 돌아왔어요. 커다란 크레페와 시원한 바람, 하나둘씩 밝혀지는 가로등 불빛들이 제 마음속에 톡 톡 꽃을 피워냅니다.
그때는 저도 제가 별인 줄 알았던 시절,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자신감, 꿈, 열정으로 가득했던 추억들이 한입 가득 베어 물은 크레페와 함께 소환되었어요.
한국에 대해 잘 모르던 그 시절 파리의 크레페 점원은 동양인에게 그리 친절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치즈 크레페 하나 줘
what?
choose one! choose one!
치즈 크레페...치..즈..크...레...
um.. CHEESE!
몇 번 이야기해도 못 알아듣는 척하더니 "치~~ 즈"라고 엑센트를 주어 발음하며 제 주문을 받아 주었었죠. 관광객으로 먹고사는 파리 시내의 크레페 가게에서 눈치로라도 알아차렸을 법한데 유난히도 제 발음을 지적했었습니다. 다행히 지금 이집트는 한국인이라면 미소부터 보여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어요.
크레페는 맛이 있었어요. 치킨, 고기, 감자튀김 그리고 모차렐라 치즈까지 다 어우러진 맛이 꽤나 괜찮았습니다. 130파운드 한화 3700원으로 피자 한판을 먹은 것 같은 맛과 양이었어요. 아들은 딱 좋았다고 하네요. 성장기라 그런지 어마어마하게 먹는 것 같아요~
조그만 컨테이너 박스에서 조리되는 거라 위생이 신경 쓰였던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껏 제가 본 이집트의 음식점들은 비교적 깨끗했던 것 같아요. 이집트에 오신다면 비싸고 유명한 식당들도 좋지만, 길거리의 작은 음식들도 시도해 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푸짐한 양과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샌드위치들을 즐길 수 있을거예요
📌 이집트 치킨 크레페 정보 요약
구매 장소: Hyper 1 근처의 야외 부스 (10th of Ramadan)
가격: EGP130 (₩3,700)
제품 특징: 바삭한 감자튀김, 프라이드치킨, 소고기와 모차렐라 치즈가 소스와 잘 어우러진 맛이에요.
후기: 1개는 양이 좀 많고, 반개는 약간 모자랄 거 같은 양입니다.
추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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