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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생활 in egypt

인생이 계획처럼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by 마르엄마 2025.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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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에서의 라마단은 한 달 동안 낮에는 단식을 하고, 해가 지면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공동체의 따뜻함을 느끼는 시기인데요 이런 라마단이 참 길다고 생각했었는데,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나 3월 30일, 어제부로 라마단이 끝이 났어요.

라마단 기간 동안 사람들이 참 열심히 기도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라마단이 끝난 다음날 새벽부터 또 기도소리가 들려왔어요. 한 달 동안 금식하며 기도했으면 이제 되었다 하고 쉴 법도 한데 이집트 무슬림들에게 신앙이란 그저 생활이요 문화인듯합니다.

비몽사몽 와중에도 "아.. 오늘부터 단식종료 축제가 시작된다더니 기도로 시작하나 보다" 생각하며 다시 잠에 빠져들었죠. 코란을 낭독하는 소리를 멀리서 듣자니 마치 스님의 염불소리 같다고 할까요, 제가 있는 이 땅이 무언가로부터 보호받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어 낯선 소리에도 편안함이 느껴졌습니다.

라마단이 끝나면 이집트 사람들은 "이드 알 피트르"라고 하는 또 다른 축제를 맞이하게 되는데요, 이는 한 달간의 금식을 마친 기쁨을 함께 나누는 명절 같은 날입니다. 보통 일주일 정도의 기간 동안 새로운 옷을 장만하거나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기도 하고, 가족단위로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휴양지로는 "샤름 엘 셰이크( شرم الشيخ )"라는 곳이 있는데요, 만약 남편이 이집트에 있었더라면 저도 지금쯤 이곳에 있지 않았을까 상상하며 사진들을 찾아보았어요.



사진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만약 이집트 상황이 제가 계획했던 대로만 되었다면 저는 지금쯤 엄청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을 것이고, 아들은 학교를 열심히 다니고 있을 것이고, 남편 또한 가게 일로 바쁘지 않았을까 싶네요.

원래 남편의 직업은 한국에서 중고차를 수출해서 이집트 포트사이드 중고차단지에서 판매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이 20년 넘게 해 오던 일이기도 해서 아무런 걱정 없이 이집트에 오게 되었던 것 같아요. 이집트로 오기로 결정할 때 즈음 남편은 제게 어렵게 말을 꺼냈어요.

"지금 이집트 정부에서 무슨 조사를 한다고 자동차 판매를 잠시 중단시켰어. 그렇지만 곧 풀릴 거야 20년 동안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거든"

저는 "그래? 그렇담 괜찮겠지? 여차하면 너희 형제들도 있으니까 우리가 이집트로 간다고 해도 별 어려움이 없을 거야. 그렇지?"라고 물었어요.

남편은 확신은 아니지만 제말에 동의하듯 대답했죠.

그런데 이집트에 오고부터 문제는 시작되었어요. 중고차 사업은 거의 1년째 멈춰있는 상태이고 믿었던 남편의 형제들도 남편을 나 몰라라 하고 있죠. 하하하 저는 이집트 사람들은 가족애가 끈끈한 줄 알았어요. 알고 싶지 않은 것들까지 알게 된 이집트 생활!

제가 이 이야기를 쓰는 것은 혹시라도 저처럼 예기치 않았던 어려움이 있는 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어쩌면 신이 저에게 많은 축복을 내리시기 전에 저를 겸손한 사람으로 바꾸고 싶으셨던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왕 이집트에 왔으니 저는 사막에서 캠핑도 해보고 싶고, 열기구도 타보고 싶고, 사와에서 모래찜질도 해보고 싶고, 시나이산에 가서 눈도 보고 싶습니다. 오늘도 저를 달랠 기도 같은 주문을 되뇌어봅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참 행복해!"